“2022년 2월 중순. 이어령 선생이 나를 불러 가만히 눈을 감고 말씀하셨어요. ‘글로 써주게. 사람들에게. 너무 아름다웠다고. 정말 고마웠다고’ 그랬던 이어령 선생은 같은 해 6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오의 햇살을 맞으며 죽음과 따뜻하게 포옹했습니다.”
시대의 석학 이어령 선생의 생애 마지막 시간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저자 김지수 작가가 용인시민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용인특례시는 26일 기흥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시민들이 올해의 책들 중 하나로 선정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쓴 김지수 작가를 초청해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던 이 선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강연장을 메웠다. 평소 문학과 예술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이상일 용인특례시장도 참석했다.
강연에 앞서 이 시장은 “용인의 1만4000여 시민들이 참여해 올해의 책들을 선정했는데, 특별히 이어령 선생의 삶과 철학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지수 작가를 이렇게 모셨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저는 이어령 선생의 책을 거의 다 읽어봤을 정도로 존경했고, 그 분이 중앙일보 고문으로 계실 때엔 중앙일보 정치부 차장, 정치부장 등으로 일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며 "그 분의 통찰력, 창조적 발상 등을 접하면서 조금이라도 배우려고 노력했는데, 김지수 작가를 통해서도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어령 선생과 교감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나의 언어가 독자들의 삶에 찰랑이는 비유의 말로 남기를 바란다’고 하셨던 선생의 가르침을 잘 전달하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김 작가는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2편의 인터뷰가 인연이 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펴내게 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작으로 선생이 전 생애에 걸쳐 이 시대에 던진 화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 선생을 ‘벼락처럼 내려진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은 죽음을 탄생과 연결해 내 생명이 어디로 가는지를 쉽고 깊은 언어로 이해하는 지혜자다. 그는 죽음의 문제를 가장 밝고 희망적이며 명쾌한 삶의 이야기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 선생 가르침의 핵심은 독자들이 길 잃은 양처럼 방황하고 탐험하되 자신만의 무늬로 나답게 살고, 나답게 존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단독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도 강연을 듣고 두차례에 걸쳐 다섯개의 질문을 김 작가에 던지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시장은 “죽음을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삶의 마지막 갈증을 푸는 것이라고 했던 이어령 선생이 생을 마감할 때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했다고 하는 데 육필로 글은 언제까지 썼는지 등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 작가는 “이 선생은 몸이 많이 야위었지만 정작 말을 시작하면 말이 산소가 돼서 몸을 휘젓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몸이 거대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도 출판사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시집의 서문을 입으로 읽어줬다. 지치지 않는 열정이었다"고 답했다.
이 시장이 "이 선생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걸 보면서 작가는 죽음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게 됐는가"라고 묻자 김 작가는 "큰 생명의 틀에서 봤을 때 죽음은 벼랑 끝이 아닌 한 가운데라는 감각만을 유지하려 한다”고 했다.
이 시장이 “이어령 선생이 쓴 많은 책들 가운데 가장 애정을 갖고 있었던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인가”라고 질문하자 김 작가는 “한국인 이야기”라고 답했다.
김지수 작가는 2015년부터 조선비즈 인터스텔라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하며 세계 석학들의 생각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해 왔다.
용인특례시는 제1회 도서관의 날과 제59회 도서관 주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이날 작가초청강연회를 마련했다.
기흥도서관은 이날 소장 도서들을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적도서 북세일’과 양말을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드는 ‘양말목 티코스터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