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는 9일 오후 시청 시민홀에서 시민들과 공직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한 번째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날 고불 아카데미는 김병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가 ‘역사란 무엇인가, 사마천에게 묻다’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김 교수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동양사학과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림대 사학과 교수, 시카고대와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했으며, 교토대 초빙교수, 중국고중세사학회 회장, 역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의 유언과 태사령(역사서 편찬 등을 담당하는 관직)이라는 가업, 역사서 '춘추'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역사서 편찬에 나선다.
특히 패배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 한무제에게 미움을 당해 궁형(거세형)을 당하는 ‘이릉의 화’를 겪으면서도, 신념을 꺾지 않고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사기’를 완성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김 교수는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대의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21세기에 와서 우리는 2000년 전 사마천이 사기 안에 담으려 했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마천이 제시한 역사학의 길을 정리하면, 우선 고정된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에 형성된 이야기가 맞는지 점검하라는 얘기다”라며 “또 ‘사기’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미시사(微視史), 일상사(日常事)를 역사서에 담는 시초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사마천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팩트 체크’가 아니라, 이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속에서 도덕적 규범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이치를 밝히는데 최종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는 “과거를 지난 시간 속에 묻어두지 말고 그렇다고 우상화해도 안 되고, 늘 과거를 새롭게 기억해서 앞으로 다가올 인간의 미래를 묻고 생각하자는 게 사마천의 목소리다”라고 정리했다.
강연에 앞서 박경귀 시장은 “사마천의 ‘사기’는 서양 최초의 역사서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비견할 만큼 탁월한 역사서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오늘 강의로 ‘사마천이 고민하고 서술한 부분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뭘까’, ‘앞으로 어떤 지침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시사점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한편, 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2023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는 오는 24일 열두 번째 이야기로 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이사로 제2회 로저스상에 선정된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초빙해 ‘질문하는 힘’ 특강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