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인터뷰] 前 WKBL 김수연, 엄마에게 500원 사기(?)당해 시작한 농구…공인중개사로 인생 2막

    • [스포테이너즈=고초록 기자] 185cm의 큰 키로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골밑을 호령했던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김수연(40). 그가 유니폼 대신 단정한 복장을 입고 매물 장부와 계약서를 살피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청주 KB스타즈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서 활약했던 프로농구 스타에서 공인중개사로 변신한 김수연 팀장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위치한 사무소에서 만났다.

      ▲ ‘500원 과자값’에 속아 시작한 농구… 묵묵함으로 버텨낸 학창 시절

      김수연이 농구공을 처음 잡은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던 그를 눈여겨본 지도자들과 선배 언니들의 끈질긴 권유가 시작이었다.

      “선생님들이 매일 ‘과자 사 먹어라’며 500원짜리 동전을 쥐여주셨어요. 어린 마음에 신나서 농구부에 들어갔죠. 그런데 한참 뒤에 알고 보니 어머니가 저 운동시키려고 선생님께 몰래 500원짜리 동전을 바꿔서 건네주셨던 거더라고요(웃음). 결국 어머니의 500원 작전에 넘어간 셈이었죠.”

      원래 그는 외곽 슛과 돌파를 즐겨 하던 장신 포워드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무렵 팀 사정상 골밑을 책임질 선수가 부족해지면서 4번(파워포워드/센터)으로 포지션을 바꿨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고(故) 심욱규 감독의 “성실하고 묵묵하게 하면 반드시 빛을 볼 것”이라는 격려 속에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결국 인성여고 3학년 시절 쌍용기와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 프로 무대의 치열함, 화려함 대신 선택한 ‘블루워커’의 길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천안 KB국민은행 세이버스(현 청주 KB스타즈)에 지명되며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고교 시절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에서 벗어나 5명이 하나로 움직이는 팀플레이와 웨이트 트레이닝의 기본부터 다시 다졌다.

      2007년 퓨처스리그 MVP를 차지한 그는 정규리그 리바운드상, 블록상, 베스트 5, 우수수비상 등을 수상하며 리그 정상급 빅맨으로 도약했다. 득점보다 리바운드와 수비에 집중하는 ‘블루워커’로서 팀의 궂은일을 도맡았다.

      “솔직히 농구는 골을 넣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팬들의 기억에도 오래 남잖아요. 20득점과 20리바운드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은 다르니까요. 그래도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코트 위 5명이 함께하는 스포츠입니다. 동료 언니들이 길을 열어주고 밀어줬기에 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역 시절 가장 막기 힘들었던 상대로는 대선배 정선민(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꼽았다. “선민 언니 앞에만 서면 고전해서 코치님들이 언니 키에 맞춘 장대 수비 마네킹까지 만들어 연습을 시켰을 정도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 3번의 수술과 눈물의 재활, 그리고 박수받으며 떠난 코트

      영광의 순간마다 잔인하게 부상이 겹쳤다. 첫 FA를 앞두고 일본 전지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됐고, 팀의 주축으로 올라서야 할 때 무릎 연골이 크게 손상됐다. 발목까지 포함해 프로 생활 동안 수술만 총 세 차례를 받았다. 특히 일본 병원에서 구단 스태프나 다른 한국인 선수 없이 홀로 3개월간 손짓 발짓해가며 재활을 버텨냈던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시련이었다.

      “25살 이후 제대로 된 풀타임 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혼자 방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비시즌 훈련을 다 끝내고 개막 한두 달 전에 다쳐 시즌을 날릴 때마다 자괴감이 컸죠.”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한 차례 코트를 떠났던 그는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해 다시 KB스타즈로 복귀, 2018-2019 시즌 구단 창단 첫 통합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후 2019년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둥지를 옮겨 한채진, 이경은, 김단비와 함께 노련한 ‘베테랑 라인’을 구축하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2020-2021 시즌 종료 후 구단의 재계약 제안이 있었지만, 그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맞다”며 유니폼을 벗었다. 신한은행 구단의 배려로 친정팀 KB와의 홈경기 날 수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은퇴식을 치르며 28년간의 농구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 “농구공 대신 잡은 수험서”… 하루 15시간 독서실 사투 끝에 일궈낸 반전

      은퇴 직후 코치나 실업팀 제의를 뒤로하고 그가 향한 곳은 독서실이었다.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던 어머니를 보며 도전장을 냈지만, 평생 운동만 했던 그에게 법률 조항과 세법 계산 공식은 거대한 벽이었다.

      “책상에 오래 앉아 공부하는 요령이 없으니 방법이 없더라고요. 수학 공식과 조항을 깜지(빽빽이)를 쓰면서 통째로 외웠습니다. 아침 7시 반에 독서실 문 열 때 들어가서 밤 11시 문 닫을 때까지 하루 15시간씩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농구 했으면 훨씬 더 대단한 선수가 됐을 거예요(웃음).”

      선수 시절 혹독한 훈련을 버텨냈던 끈기 하나로 3년간 수험 생활을 버텼다. 최종 합격자 발표 날, 노트북 화면으로 ‘합격’ 두 글자를 확인하고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프로 드래프트 때보다 순수하게 노력으로 이뤄낸 공인중개사 합격 순간이 훨씬 더 짜릿하고 기뻤다”고 회상했다.

      ▲ “은퇴 운동선수들의 자산 지키는 ‘정직한 전문가’가 목표”

      실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강남 소재 빌딩 전문 부동산 중개법인(빌딩메이트)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현재 고양시 화정동에서 모친과 함께 사무소를 꾸려가고 있다. 그가 팀장으로서 중개업을 하며 가장 가슴에 품고 있는 목표는 바로 ‘은퇴 운동선수 돕기’다.

      “운동선수들은 평생 운동만 하느라 사회 물정에 어두워 은퇴 후 모아둔 돈을 사기당하거나 잘못된 투자로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역 시절 피땀 흘려 번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불릴 수 있도록 돕는 ‘선수 출신 부동산 길잡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사회적 기업 ‘위밋업’에서 절친 김연주와 함께 성인 농구 레슨을 진행하며 농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농구는 제 인생의 3분의 2이자, 사회라는 새로운 정글에서 당당히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입니다. 코트 위에서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던 것처럼,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짓 없이 정직하고 우직한 중개사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고 싶습니다.”


      촬영일 : 2026년 8월 19일 (수)
      인터뷰어/촬영/편집 : 고초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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